
내신 9등급이라고 지하철을 못 타게 하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수중에 100만 원이 없어서 집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은 실제로 벌어집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차이가 얼마나 잔인한지 매일 체감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의 실체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데, 어른이 되는 건 자동으로 현자가 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저 역시 19살 때와 비교해서 성숙해졌는지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냥 나이만 먹었을 뿐이죠.
여기서 '성인기 전환(Transition to Adulthood)'이란 단순히 법적 성인이 되는 것을 넘어서,
경제적·심리적으로 독립된 주체가 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준비 없이 에스컬레이터에 떠밀려 올라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어른의 책임감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녀가 혼자 살아갈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20대 초반 친구들을 보면 "아, 아직 젊구나" 싶다가도,
막상 제 모습을 돌아보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24년 기준 34.5%에 달하며,
이 중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어른이 되면 자동으로 안정된 삶이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는 척과 실제로 하는 것의 차이
지금 공부를 못한다고 누가 여러분을 막지는 않습니다.
스터디카페에 앉는 것도, 교재를 펼쳐놓는 것도 자유롭죠. 문제는 20년, 30년 후입니다.
'소비 생활주기(Consumption Life Cycl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 평생 동안 소비하는 패턴을 나타내는 경제학 용어인데,
핵심은 나이가 들수록 필수 지출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핸드폰, 주거비, 난방비, 의복비 등 생각보다 많은 돈이 매달 빠져나갑니다.
제 경험상 가장 무서운 건 '하는 척'하며 살았던 시간의 결과가 한꺼번에 몰려올 때입니다.
20대, 30대를 건성으로 보낸 사람들이 40대, 50대가 되어 정말 100만 원이 절실한 상황에 놓이는 걸 여러 번 봤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24년 1,800조 원을 넘어섰으며,
연체율도 상승 추세입니다(출처: 한국은행).
이는 많은 사람들이 당장의 소비는 유지하지만 미래 대비는 부족했다는 방증입니다.
하는 척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의 차이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 하는 척: 책상에 앉아 있지만 SNS를 보고, 공부한 시늉만 내는 시간
- 실제로 하기: 불편하고 힘들지만 한 문제, 한 페이지씩 진짜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
- 결과: 5년 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됨
솔직히 이건 공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 관계, 건강 모든 영역에서 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미리 나눠서 지는 삶의 무게
제가 자녀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한꺼번에 밀려오는 삶의 짐을 나눠서 등에 엎는게 낫다는 교훈이죠.
'점진적 부하 훈련(Progressive Loading)'이라는 운동 원리가 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무거운 무게를 들지 않고, 조금씩 무게를 늘려가며 근력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운 일도 익숙하면 수월해진다는 원리를 일찍 적용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녀가 10대 때부터 작은 책임을 맡기고,
실패도 경험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용돈 관리, 시간 관리, 약속 지키기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요.
20대가 되어 갑자기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보다, 10대 때부터 조금씩 연습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지금의 제 모습은 5년 전부터 제가 해온 것들의 결과입니다.
지금 힘들다면 예전에 편하게 살았다는 거고, 지금 편하다면 예전에 고생했다는 거죠.
인생을 힘들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편한 삶도 없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우리가 가려는 방향을 잃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하지만, 방향성 있는 노력은 가능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연습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작은 실패를 경험하게 하고, 그 과정을 함께 돌아봅니다.
어른이 되는 건 가끔 아프고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미리 나눠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친다면 견딜 만합니다.
선택했으면 제대로 하고, 하는 척할 거면 차라리 다른 걸 선택하세요.
그게 저와 제 아이들이 배워가고 있는 인생의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