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을 읽지 못하면 행동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서 마음 읽기란 감정을 예쁘게 포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파괴적 행동을 막는 일입니다.
마음 읽기가 태도를 만드는 이유
태도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매일 자극이 올 때마다 내가 어떤 반응을 선택하느냐가 쌓여서 태도가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극-반응 모델(Stimulus-Response Model)'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핵심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짧은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감정을 읽고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다들 가망없어 하던 기획을 했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붙들고 있었던 겁니다.
3개월 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방향성을 만들었지만 회사의 권고사직에 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의 감정이란...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을 했다는 만족감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상황은 선택할 수 없어도, 그 상황에서 어떤 태도로 버틸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을요.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 박사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한 나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합니다(출처: Self-Compassion 공식 사이트).
여기서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란 스스로를 불쌍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나를 파괴하지 않는 방식입니다.
네프 박사가 제안하는 자기 연민의 세 가지 요소는 이렇습니다.
- 자기 친절: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왜 그랬어?'가 아니라 '지금 힘들지?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 공동 인간성: '왜 나만 이래?'가 아니라 '고통은 누구에게나 온다'고 인식하는 것
- 마음 챙김: 감정을 억누르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저도 이 개념을 알게 된 뒤로 제 마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실수를 하면 '너는 원래 그래'라고 자책했는데,
이제는 '지금 서운한가 보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이 작은 말의 변화가 제 행동을 자기 파괴로 흐르지 않게 붙잡아 줍니다.
감정 라벨링(Emotion Labeling)이라는 기법도 도움이 됩니다.
하루를 살면서 느낀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겁니다. '오늘 회의 때 느낀 건 초조함. 퇴근길에는 허무함.'
이렇게 간단하게만 적어도 마음 읽기가 시작됩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감정은 나 전체가 아니라 내 안을 지나간 한 신호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행동이 달라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더 나아가 감정에서 욕구로 내려가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서운함이라는 감정 밑에는 '나는 존중받고 싶다', '나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라고 부르는데,
감정 아래의 욕구를 알면 우리의 말과 행동이 길을 잃지 않습니다(출처: 한국NVC센터).
저는 지금도 불안이 올라올 때면 '내가 지금 정말 원하는 건 뭘까?'라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러면 불안은 조금씩 구체적인 욕구로 바뀝니다.
관계 소통은 마음을 말로 옮기는 연습
삶의 태도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은 결국 관계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면 탈난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더 좋다'고 믿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싸우기 싫어서, 불편해지기 싫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하지만 침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미루는 것에 가깝습니다.
'서운한데 내가 참지 뭐', '불편한데 괜히 분위기 깰 필요 있어?'
이런 생각이 쌓이면 결국 오해가 되고 거리감이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합니다. 그리고 '너 왜 갑자기 그래?'라는 말을 듣지만,
사실은 갑자기가 아닙니다. 오래 쌓여 있던 겁니다.
저는 도시를 떠나면서 이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세상은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을 눈멀게 하는데,
저 역시 그런 물결에 휩쓸려 살다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결혼했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가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한 번쯤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때를 깊게 경험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관계에서 말을 못 하는 이유는 상대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복잡해서입니다.
화가 난 것 같지만 그 아래에는 서운함이 있고, 서운함 아래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마음을 못 읽으면 말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나갑니다.
'너 왜 맨날 그래?' 이 말이 튀어나가면 대화는 해결이 아니라 싸움이 됩니다.
반대로 마음을 조금만 더 정확히 읽으면 말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나 지금 화났어'에서 멈추지 않고 '사실은 서운해. 나는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고 싶어'라고 말하면,
그때부터 말은 공격이 아니라 관계를 살리는 도구가 됩니다.
잘 사는 방법은 마음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마음을 말로 옮길 줄 아는 태도를 갖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이상하게 불편한 감정은 쉽게 말하면서 좋은 감정은 잘 말하지 않습니다.
칭찬, 고마움, 감동, 존경 같은 건 마음에만 넣어둡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도 마음이 전달되지 않으니 관계는 차가운 상태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저는 일상에서도 조금은 의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축하는 더 크게 하고, 칭찬은 더 구체적으로 하고, 감탄은 더 과감하게 하는 겁니다.
그 어색함을 피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잘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은 계속 변합니다. 그 변화를 잘 받아들이면 앞서나갈 수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고, 적응하기도 전에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없게 됩니다.
인생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해 인생의 대부분을 후회로 살고 있는 제가 고뇌를 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바로 행동할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하려고 노력해야만 추억으로 남습니다.
결국 삶은 선택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태도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태도를 결정하는 핵심은 내 마음을 읽는 감각입니다.
저는 제 마음에 생긴 흉터를 더듬으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 마음을 파괴로 쓰지 않고 이해로 바꾸자.' 그 연습이 반복될 때 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그게 태도가 됩니다.
평생 배움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지만, 생각보다 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