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새치기하면서 큰소리 치는 걸 보셨나요? 그런데 그 사람이 먼저 처리받는 걸 보면 기분이 어떠셨나요?
저도 똑같습니다.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는 제가 바보 같았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화내는 사람의 민원을 먼저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을 서서 묵묵히 기다리던 사람은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학습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나도 화를 내야 하나?'
화내는 사람이 이기는 사회의 선순환
정말 아무 이유 없이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들의 소원을 먼저 들어줍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행동 강화(behavioral reinforcement)'입니다.
행동 강화란 특정 행동에 대해 보상이 주어지면 그 행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심리학 원리입니다.
화를 내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니, 사람들은 계속해서 화를 내게 됩니다.
저도 이런 상황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은행에서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온 한 사람이 큰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더니 바로 처리를 받았습니다.
저는 30분을 기다렸는데 말이죠. 솔직히 그 순간 정말 화가 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결국 어떻게 될까요? 정직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예의 바른 사람들이 도태됩니다.
반대로 소리소리 지르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되죠. 이게 바로 '역선택(adverse selection)'입니다.
역선택이란 경제학 용어로, 잘못된 인센티브 구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쪽이 선택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화를 내는 사람을 줄이려면 정반대로 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예의 있게 행동하는 사람을 제일 먼저 처리해줘야 합니다.
화를 내고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의 순서는 오히려 뒤로 밀려야 하죠. 그러면 그다음부터 점점 화를 안 내기 시작할 겁니다.
질서를 지키는 규범이 자리 잡으려면, 이런 도덕적 자세가 공통의 사회적 합의(social consensus)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란 구성원 대다수가 받아들이고 따르는 암묵적 규칙을 의미합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규범 형성은 집단 내에서 지속적인 피드백과 보상 체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제 경험상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개인이 바꾸기 어렵지만, 기관이나 조직 차원에서 명확한 원칙을 세우면 충분히 개선 가능합니다.
다정함은 정말 이기는 걸까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솔직히 정신승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생은 한 번밖에 없는데, 대체 뭘 이긴다는 건지 의문이었습니다. 다정하면 그냥 호구가 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제 친절함을 이용해 먹는 사람들에게까지 다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입니다. 경계 설정이란 자신과 타인 사이에 건강한 한계선을 긋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에게나 무조건 친절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상대에 따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겁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한 동료가 계속해서 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처음에는 기꺼이 도와줬죠. 그런데 그게 습관이 되더니, 나중에는 자기 일까지 떠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무조건적인 친절은 상대방을 위한 것도, 저를 위한 것도 아니라는 걸 말이죠.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경계 설정은 오히려 관계의 질을 높이고 상호 존중을 가능하게 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상담심리학회).
예상 밖이었지만, 제가 명확하게 거절하기 시작한 이후 오히려 그 동료와의 관계가 더 건강해졌습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다정함은 무조건적인 순종이 아닙니다
-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에게는 명확한 거절이 필요합니다
- 경계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자기 존중입니다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는 명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기기 위해서 다정한 게 아니라, 함께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다정한 겁니다.
사람 간에 부딪히는 일 없이 살고 싶어서 그런 거죠. 이런 마음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에게 굳이 다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걸 해주지 마세요.
결국 중요한 건 균형입니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하면 얼마나 평화로울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날을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 진짜 다정함이란, 나를 존중하는 사람에게 따뜻함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무시하는 사람에게는 단호한 경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다정하면서도 호구가 되지 않는' 삶의 방식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