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한동안 제 자신을 열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뭔가를 시작할 때는 불타오르다가도 한두 달 지나면 시들해지곤 했거든요.
그런데 앤젤라 더크워스의 책 'GRIT'을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착각했던 건 열정이 아니라 설렘이었다는 걸요.
진짜 열정은 강렬함이 아니라 지속성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재능이 아니라 끈기가 성공을 만든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에는 '비스트(Beast)'라는 전설적인 훈련 과정이 있습니다.
입학 후 7주간 진행되는 이 지옥 훈련에서 전체 입학생의 20%가 중퇴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 수능 점수가 낮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 결과, 이 훈련을 끝까지 견뎌낸 사람들의 공통점은 GRIT(Grit)이었습니다.
여기서 GRIT이란 'Guts(배짱), Resilience(회복력), Initiative(주도성), Tenacity(끈기)'의 약자로,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열정과 끈기를 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고, 지루한 연습 과정을 견디며, 몇 년이고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힘입니다.
앤젤라 더크워스 교授는 수천 명의 군인, 학생, 예술가를 연구한 끝에 성공을 가장 잘 예측하는 지표가 IQ나 재능이 아니라 바로 이 GRIT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출처: University of Pennsylvania).
영업직 종사자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 역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마구 솟아날 때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서서히 식어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랬던 건 아닙니다.
제가 진짜 호기심을 갖고 파고든 분야에서는 지속적인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거든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게 바로 GRIT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공에 대한 인식이 너무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잠재력에 기반한 성공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박힌 성공에 길들여져 있죠.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완전한 것에 대해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묻지 않는다. 마치 그것이 마법에 의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현재의 사실만을 즐긴다."
결과만 보이니까 사람들은 재능에 열광합니다. 정작 중요한 건 열정의 지속성인데 말이죠.
왜 우리는 재능을 믿고 천재를 부러워할까요?
앤젤라 더크워스는 그 진짜 이유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하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재능으로 설명하면 위로가 됩니다.
노력이 부족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이겁니다.
"잠재력(Potential)을 갖고 있는 것과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은 다르다."
여기서 잠재력이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능력이나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 차이가 무색할 만큼 지속적으로 실력을 쌓지 않습니다.
재능 찾기에 시간 다 가는 그릿의 함정
GRIT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볼수록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죠.
그런데 제가 직접 이 개념을 적용해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GRIT을 쏟아부을 대상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런 '천직'을 찾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책도 읽고, 자기분석도 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습니다.
제 경험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고, 처한 상황도 달라진다는 걸요.
그러면 GRIT을 발휘할 수 있는 제 모습도 바뀝니다.
일반적으로 GRIT을 설명할 때는 '평생 매달릴 한 가지를 찾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그건 좀 다릅니다.
20대와 30대의 제가 열정을 느끼는 대상이 달랐고,
직장인일 때와 프리랜서일 때 집중할 수 있는 분야가 달랐거든요.
책에서도 이 점을 언급하긴 합니다. GRIT을 가진 사람들도 처음부터 한 가지에만 몰두한 건 아니었다고요.
여러 직업을 바꿔보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천직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앤젤라 더크워스는 "지금 자기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럽겠지만,
그들은 우리와 출발점부터 달랐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20대에 이것저것 해보는 건 좋은 일이라고 하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활동을 경험해야 한다고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찾을 수 있다고, 남은 인생 동안 모든 열정을 지속적으로 부어도 아깝지 않을 대상을요.
하지만 솔직히 이건 좀 이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는 '완벽한 대상'을 찾느라 정작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이게 정말 내 천직일까?'라는 의심이 들 때마다 다른 걸 시도해봤고,
결과적으로 어느 것도 깊이 파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더 나은 접근법은 이겁니다.
재능을 찾으려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재능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행동하세요.
완벽한 대상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조금이라도 흥미 있는 것에 일단 몰입해보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게 맞네' 혹은 '이건 아니네'를 알게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직업에 높은 만족도를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의 약 1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출처: Gallup).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완벽한 천직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완벽한 것'을 찾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GRIT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GRIT을 발휘할 '완벽한 대상'을 찾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 게 더 현실적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 이게 나한테 맞는구나' 하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까요.
책 GRIT에 나오는 검사를 해보니 제 점수는 4.1이었습니다.
상위 30%의 점수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점수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점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지속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거였습니다.
점수는 잠재력일 뿐, 발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재능 따위 부러워하지 마세요.
어차피 당신이 부러워하는 그 사람도, 처음에는 서툴렀고, 수없이 실패했고, 지루한 연습을 반복했을 겁니다.
다만 그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게 GRIT입니다. 그러니 완벽한 재능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당신만의 재능을 만들어가세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GRIT을 쌓아가는 여정이니까요.